결혼은 정말 결혼 지옥일까. 이혼하면 다 해결될까. 그럼 결혼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할까.
결혼을 하려 하는 사람들이 내게 물어올 때 나는 세 가지 이야기를 한다. 이 세 가지를 고려한다면, 결혼이 그리고 앞으로의 삶이 충분히 긍정적일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당장은 다른 한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라고 일시적인 것만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을 간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일시적 감정과 당장의 가능성들만을 생각해서 결혼을 결심하고, 분명 섣부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50년 60년의 세월을 생각해본다면, 섣부를 수 있는 결정을 내리고, 그리고 결혼 후에 깨닫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라는 게, 감정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물질적인 것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은 단순히 결혼이 아니라, 나의 삶이라는 것. 내 삶에 누군가를 끌어들이고, 그 사람(그 사람의 문화, 그리고 가족 포함)과 함께 맞물려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
그걸 간과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삶이 지옥이 될 수 도 있고, 그래서 다시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함께라는 게 혼자인 삶보다 더 고통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고민한다면, 혹은 홀로서기를 고민 중이라면, 내가 제안하는 세 가지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
1. 한 가지는 유호진 pd의 글이다.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혼이라는 것에 합당하다고 본다. 현실적인(재력, 가족관계, 학력 등등의) 것은 별개로 두고,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결혼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 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 걸 나는 알게 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내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대학 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에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 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 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 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는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 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 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 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할리우드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 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 혹독히 -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 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유호진 pd가 간행물 에디 터였어서 그런지 글이 참 좋다. 혹시 궁금할지 몰라 프로필을 남겨본다.)
2. 두 번째는 이효리의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니, 좋은 사람이 오더라는 것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이 있듯,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런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다리면 온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막 눈 돌리면 없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 오더라.
여행도 많이 다니고 책도 많이 보고 경험을 쌓아서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키우라.
3. 세 번째는 유희열의 부인의 말이다.
행복해지려고 오빠를 만나는 게 아니야. 나는 불행해도 오빠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아.
결혼 생활이 늘 행복하고 좋지만은 않다. 어디 결혼생활뿐이랴. 결혼과 별개로 우리의, 그리고 나의 삶은 늘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있다는 것을 있으면 안 된다. 특히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땐 안정기로 가기까지 굉장히 적응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불행한 순간을 맞게 될 수 도 있고. 그때 이 사람과 함께라면 이 불행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사람 때문에 행복해질일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불행을 건널 수 있는 사람. (부정적이고 극단적이며, 허무주의자와 함께일 때마다 지친다. 반대로 너무 긍정적이거나 때론 과하다 싶을 만큼 허황된 혹은, 정말 계산 없는 사람도 싫다. 그런데, 너무 긍정과 너무 부정은 각각의 개인에 때라 상대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내 기준치, 거기 맞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상 결혼과 이혼 사이 결혼 전 꼭 알아야 할 것 정리를 세 가지로 나눠 이야기해 보았다.
결혼을 고민한다면, 혹은 홀로서기를 고민 중이라면, 글을 읽으며 세 가지를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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