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들으며 동시에 떠오른 말이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가 프랑수와 즈사 강이 법정에서 한 말이다. 김영하의 동명소설로도 유명한 말이기도 하다. 한번 들으면 잊기가 쉬운 말은 아니며 쉬운 말 같지만 많은 생각을 낳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의 제목이나 프랑수와즈 사강의 말은 나의 자율성에 대한 것이며, 내게 주어진 것들에 있어 나는 주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래서 처음 듣자마자 좋았던 말이었고, 좋았던 영화 제목이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파견직으로 내돌려지며 어떻게든 나를 해고하려는 회사(한전)의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체적으로 나의 퇴사를 결정하는 것. 여기서는 나의 퇴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왜 저렇게도 독하게 버텨내고 저런 처우를 참아내느냐,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명 저런 무시와 홀대를 참아내는 것보다 퇴사하는 것이 쉽다. 그럼에도 퇴사하지 않고 꿋꿋이 꾸역꾸역 나를 몰아(나의 해방 일지에 미정이 같군..) 버텨낸다. 버틴다는 것이 더 구질구질하고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제목처럼 나는 아직 나를 해고하지 않았기에 하루하루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긴긴 싸움에서 쉽게 백기를 들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멋있었던 것은 자신의 주체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미라고 딱히 말하긴 그렇지만, 중간중간 송전탑에 오르는 모습이 꼭 정상에 올른 듯한 해방을, 그리고 고압전선에 매달린 모습들이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그 느낌 만으로도 영상은 표현에서 충분히 좋았다.
안타까운 건, 오정세의 삶이다.
주인공 정은(유다인)이 자신의 주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안타까울 만큼 처절했지만, 충식 역을 맡은 오정세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면서도 온정을 베푸는 마음이 있었기에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건 그의 죽음조차 돈으로 무마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여주인공은 이런 존엄의 문제조차 세상의 부조리함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과 하청업체에 각각 주어지는 노동의 가치, 인간의 존엄, 불합리함과 부조리함, 그럼에도 온정이 있다는 것.
줄거리(네이버 영화 소개)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은 정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불편해하고, 현장 일은 낯설다. 그러나 반드시 1년을 채워 원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정은은 막내(오정태)의 도움으로 점점 적응해가는데 1년의 파견,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도약하는 것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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