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황선우 이 멋진 여자들의 조합.
그녀들 둘이 살게 된 이야기가 주인데, 웬만한 연예인들 삶을 살펴보는 거보다 재밌다.
문체가 주는 느낌이랄까. 잘 배운 사람들이 구현하는 위트가 느껴졌다. 적당한 비유는 아니지만, 내겐 유머스러웠는데 고급 유머 같은 느낌과 동시에 어디서 흉내 낸 말투나 주워들은 것 같은 베껴 쓰기 식 글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 자체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너무 매력적이었다. 글도 그 글 속에 있는 사람도 말이다.
특히나 누가 더 매력적일까 생각해 봤는데, 둘 다 적당한 위트와 농담욕구 때문인지 그리고 정말 잘 배운 사람들이 보여주는 매너가 글에 깔려 있어서 재미있는데 뭔가 지적인 느낌마저 드는 글이었다.
나도 이 여자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읽는 내내 저 자리에 껴서 같이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자리보다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는 그 말조차 근사하게 느껴졌다.
그 두 사람 각각의 매력에 빠져 책을 앉은자리에서 놓질 못했다는 건 우선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통찰력으로 동거라는 것 더 확장해 단체생활 그리고 다른 형태의 단체생활인 결혼까지 이야기하는데,
아,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그리고 내가 살아온 것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 누군가와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 몰랐고 너무 간과했구나 싶었다.
잘 맞지 않는 상대에 대한 원망, 나와 다른 가치관과 생각들 태도 행동 모든 게 나를 분노케 한 많은 시간들이 스치며, 결혼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도 그 상대의 뇌를 정지시킬 만큼 미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세상 그 누구를 만나도 말이다. 나와 너무 잘 맞는 메이트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우린 분명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고 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이 문제였던 것이다.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또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그리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분노와 불같은 화를 부를 것이고,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말들로 서로를 가장 강하고 아프게 찔러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할 것이다.
다툼이라는 게 발전적인 것 혹은 변화를 위한 긍정적 의미를 가진채 서로 원하는 지점으로 나아가게 하는 출발점이어야 하는데, 대체로 부부간의 다툼은 발전이 아닌 비난과 비판으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어 승리의 깃발을 목적으로 하기에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쨌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이상적인 이유는 여자들의 섬세한 부분들과 동시에 잘 배운 두 여자분들의 지성이 안전한 고독을 꿈꾸며 하는 결혼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보여주는 게 꽤 마음에 든다.
기승전 너무 잘 쓴 글이다. 꼭 그들에 초대받아 황선우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김하나가 쓸고 닦은 환한 집에서 술과 함께 그들과 대화해보고 싶다.
정말, 멋진 여자들이다.
이 책은 빌려 읽었지만 금방 구입을 하게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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